‘졸업생들의 제언’ 깊이있는 한국어교육 아쉬움 |
[경향신문 2006-05-22] |
이화여대 국제학부 1기 졸업생들은 지난 학창 시절을 돌아보며 ‘심화학습’과 ‘한국어 교육’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보편적 지식습득과 전과목 영어 강의라는 국제학부의 특징에 맹점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내기업행을 택한 이모씨(24)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국제학부의 한계를 느꼈다. 이씨는 “국제학의 모든 분야를 조금씩 두루 배울 수 있었지만, 역으로 전문성은 부족했다”며 “학창 시절을 돌아보면 교양 수업만 잔뜩 들은 느낌이다”라고 털어놨다. 많은 학생들이 심화된 지식을 익히기 위해 대학원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이유다. 학창 시절에도 국제학부 수업만으론 만족하지 못해 2중전공이나 부전공을 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졸업생들은 ‘전과목 영어 강의’라는 학교 방침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향후 국제기구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정확한 한국어 능력이 필수라는 것이다. 또 기업 취업을 원한다 해도 면접에서 정확하고 전문적인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한다면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 2001학번 입학생의 경우 대부분 ‘해외파’여서 한국어보다 영어에 능숙하다. 한국어 필수과목이 없는 상태에서 듣기 편한 영어 강의 위주로 선택하다보니, 고급 한국어를 익힐 기회가 없었던 것이다. 김모씨(24)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해 면접 때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국제학부가 국제기구가 필요로 하는 인재 양성 요건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진출을 꿈꾸는 학생들을 적극 지원해 주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연세대 이연호 교수(국제정치)는 “각 대학의 국제학부는 발전 초기 단계이므로 성과를 판단하기는 힘들다”며 “영어로 강의한다는 사실에 만족하지 말고 국제기구 인턴십 제공 등 다양한 커리큘럼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여성인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부의 강선혜 국제협력팀장은 “많은 학생들이 어떤 절차를 거쳐서 준비를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며 “국제기구는 다양한 사회경험을 쌓은 인재들을 요구하는 만큼, 학교 측의 체계적인 진로 지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유진기자